이해인 시(3편)
제비꽃 연가
나를 받아 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속엔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 드리는
사랑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온통 봄빛으로 채우기 위해
어둠 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오는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연 가
딱히 슬픈 일도 없는데
자꾸만 눈물이 날 때
나는 그냥
숲으로 가거나
산을 바라봅니다
딱히 기쁜 일도 없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올 때
나는 그냥 강으로 가거나
바다를 바라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말
해바라기 연가
내 생애가 한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실로
당신의 비단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은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 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살기 원이옵니다.